반전 영화를 원하신다면 영화 타임 패러독스를 보지 않으신 분에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꽤 재밌는 영화니깐 보시는걸 추천드립니다.
타임패러독스는 굉장히 재밌게 봤는데 네이버 평점이 그렇게 엄청 좋지는 않았습니다.
전 8.5 쯤은 될 줄 알았는데, 이런 장르의 영화를 많이 접해보지 못해서 더 재밌게 느껴졌을 수도 있습니다.
타임패러독스는 타임 루프물이라고 불리는 장르입니다.
근데 이 영화 전에도 같은 타임 루프물 장르인 트라이앵글(2009, 오스트레일리아, 공포)이라는 영화를 봤었는데, 그 영화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영화였습니다.
트라이앵글은 주인공의 인생에서 어떤 한 시점부터 타임 루프가 시작됐다면, 이 영화는 주인공의 인생 전체가 시간 안에서 반복되는 느낌입니다.
타임 루프물을 찾아보면서 계속해서 받는 느낌이지만 시작이라는 특정 지점을 찾을 수 없고, 뭔가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시간의 흐름 한 가운데에 뚝 떨어졌다는 느낌을 줍니다.
이게 되게 사람 기분을 묘하게 만듭니다.
보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서 타임 루프가 주는 답답한 느낌 때문에 이런 장르를 싫어할수도 있습니다.
타임패러독스에서는 저 묘한 느낌이 더욱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주인공이 남성과 여성, 두 가지의 '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점을 통해서 그 시작을 알 수 없는 느낌을 있는대로 증폭시킨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면 아시겠지만 이 주인공의 인생에 대한 '시작'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뫼비우스의 띠 한복판에 떨어져 이 띠의 출구를 찾아 하루종일 걸어다니는 느낌입니다.
타임패러독스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주인공 인생의 희망도 절망도 모두 본인에 의해서 발생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주인공을 힘들게 했던 고아원에서의 생활, 가장 사랑받는다고 느꼈던 순간과 그 상실감.
인생에서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는 시점에 그걸 망쳐버리게 된 것, 이 시간 여행이 가능한 요원으로써 막아내야할 가장 큰 시련까지 이 모든게 결국 주인공 스스로가 자신에게 주었던 희망이자 절망입니다.
이런 식의 연출이 영화에 극적인 느낌을 강하게 만들기 위한 요소로 사용되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인생의 행복도 슬픔도 절망도 기쁨도 모두 본인이 만들어낸다는 생각도 들게 했습니다.
타임패러독스의 마지막 관전 포인트는 주인공의 강인함입니다.
어렸을 때 고아원에 버려지고 항상 자신이 남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인지합니다.
자신의 꿈이었던 우주로 갈 수 있는 면접에서 뽑혀 후보로써 훈련을 받던 중 떨어지게 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지만 한 순간 사라져버리고 그 사람 때문에 아이를 가지게 되서 또 다른 중요한 순간을 놓쳐버립니다.
그렇게 힘들게 가진 아이는 낳고 얼마뒤 사라져버리고 여성으로써의 삶이 사라지고 남성으로써 살게 됩니다.
평범한 삶을 놓고 볼 때 굉장히 불운의 연속이지만 주인공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살아갑니다.
세상을 욕하지만 그럼에도 살아가려고 노력합니다.
주인공의 이런 강인한 모습이 타임패러독스 자체의 분위기를 너무 어둡지 않게 만들어줍니다.
주인공의 힘겨운 삶을 바라봐야 하는 관객에게 어두침침하고 칙칙함을 조금은 걷어내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이런 주인공의 강인함이 평범하지 않은 주인공이 선택들에 더욱 타당함을 부여해줍니다.
타임 루프물에 익숙하시다면 아마 어느 순간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예상하셨을수도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처럼 타임 루프물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이라면 타임패러독스는 꽤 묵직한 충격을 주는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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